신변잡기/결혼 & 육아

결혼일지 3.2 - 친정 엄마의 힘

세렌디피티 2009. 4. 15. 13:02

어젯밤 엄마가 서울에 급~ 오셨다.
오전에 '엄마 부추 김치가 먹고 싶어'하고 문자를 날렸더랬는데 엄마가 문자를 보시고 부랴부랴 장을 보신 뒤 기차타고 상경, 영등포역에 가서 엄마를 맞았다.

엄마의 바구니에는 내가 좋아하는 각종 음식들이 그득그득~
정말 싱싱하고 침이 고이는 꽃게무침과 짭잘매콤한 굴젖, 조림용 은빛 멸치와 부추, 돌미나리, 취나물로 가득차 있었다.

이미 조리를 해오신 꽃게무침과 굴젖은 냉장고에 넣고, 돌미나리는 여러번 씻고 손질해서 체에 얹어 물기를 빼고, 취나물은 한번 씻어 끓는 물에 넣고 데쳐 삶아 건진후 꼭 쥐어 짜서 물기를 빼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내가 미리 무쳐 둔다고 하자 먹기 직전에 무치는게 맛있다고 엄마가 말린다.

부추는 부추김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손질해서 두고 김치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와 마늘, 액젓과 깨소금이 들어간다. 새우젖이나 배즙 같은 부대재료가 없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김치양념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추김치에는 잔파나 파 같은 야채를 첨가하지 않아야 한다. 부추 향과 맛으로도 이미 충분하니까..

멸치는 식용유와 들기름 둠뿍 넣은 팬에 충분히 볶은 후, 설탕과 올리고당 시럽으로 코팅을 해주면 완성.

취나물은 된장, 마늘, 깨소금으로 무치고 돌미나리는 신선한 상태에서 고춧가루, 마늘, 식초, 깨소금, 간장이 들어간다. 잔파나 남은 부추를 좀 넣어줘도 된다.

오늘 아침엔 엄마 일찍 일어나셔서 냉장고에 들어있던 무 반토막과 멸치로 시원한 무우국을 완성하시고, 주문진산 미역으로 미역국까지 한 냄비 끓여두셨다. 잘 포장해서 얼려두면 한달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와 함께 요리하는 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혼자서도 너무 잘 하셔서.. 음식이 뚝딱 만들어지는 줄만 알고 살다가... 이런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랑의 잘 쓰는 말, 장모님의 은총이다.

뭐.. 이제 나도 잘 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엄마 손이 간 반찬들이 더 먹고 싶고 맛있겠으나..  신랑에겐 아내의 손맛도 필요한 것이겠지..

암튼.. 이렇게 엄마는 나에게 또 은총을 베푸시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셨다.
지갑을 다 털어보니 만원짜리 7장이 있어 반찬값에 차비라고 드렸지만 괜시리 죄송해지는 것이다. 엄마 Thank you~ 감기는 빨리 나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