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일지 2.3 -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예전 같지 않다.
일단 이번 설 연휴는 앞이 길고 뒤가 짧다.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설 끝나고 대전 가기엔 무리인 것 같고 그렇다고 일찍 다녀오려니 그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엄마는 연휴 짧고 길 막히니 아예 설 지나고 주말에 오라고 하신다. 괜히 억울한 기분에 짜증이 추가된다. 울 엄마 아빠는 딸만 둘이고 시댁은 아들들이 있는데 말이다.
동생도 시댁에 가야해서 설 전에는 힘들다고 한다. 아들이 없는 우리 부모님은 설날 아침을 두 분이서 단촐히 맞게 생기셨다. 예년 같으면 내가 모시고 큰 집에 가면 되는 것인데.. 이번엔 두 분이 어케 하시려나..
이런 걱정을 한켠으로 하고 나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가며 시댁 식구들 선물들을 챙긴다. 필요하신게 정확히 어떤건지 몰라 인사치레로 별 문제 없을 법한 건강식품들을 고른다. 대전 식구까지 챙기니 7개나 사게 된다. 그래도 부족함이 있을까 싶어 시댁에 전화를 걸어 여쭤봐야지 생각한다. 아버님이 신랑에게 너는 우리보다 장인, 장모에게 더 잘해라 잘해라 계속 말씀하시지만 신랑은 그걸 몸소 실천하는 것 같진 않다. 그래야한다라고 생각만 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으니 신랑 퇴근하고 집에 오면 설겆이를 시키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곤 한다.
음.. 점점 아줌마다워 지는 것 같다. 달리 아줌마가 아니다. 시댁 생각, 친정 생각, 명절 걱정에 각종 집안일들. 지난 주엔 코스트코에서 사온 햄을 처리하기 위해 부대찌개를 끓였는데 제법 맛이 괜찮았다. 신랑 왈, 이젠 제법 아줌마 티가 나는데? 한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보고 음식을 뚝딱 만드는 솜씨가 늘었다는 소리긴 했으나.. 별로 반갑진 않았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시간이 간다.
너무도 평범하고 너무도 안정적이지만 어딘가 한 편에 아쉬움이 자리잡고 가끔 고개를 쳐들곤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