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결혼 & 육아
결혼일지 2.0 - 결혼 100일차, 밤샘 야근을 했다
세렌디피티
2008. 12. 10. 16:30
새로운 서비스가 런칭될 때마다 여기는 난리 부르스다.
언제나 그렇듯이 촉박한 개발일정, 별로 똘똘하지 않은 개발 PM, risk를 싫어하는 운용부서, 런칭 일정만 따지는 owner 들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하루 하루 일이 넘쳐나고 있다.
결혼 100일 기념일(?)에는 뭘하고 놀까 하고 고민하던 것이 결혼 한달이 되던 날이었는데 실제로 그 뒤로는 하루 하루 일이 많아 날짜 세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난 이 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다. 새벽 2시 반 쯤 집에 전화 했더니 역시나 신랑, 잠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 더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자라고 이야기해두고 일 마무리를 한다. 슬프게도 이 날 적용키로 했던 서비스는 적용을 중단시켰기에.. 시험 기간 중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최종 확인 때 발견이 되었고.. 그걸 덮고 가기엔 문제가 더 커질 것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stop 이라고 의사결정해야만 했던.. 그걸 발견한 것도 나이고 미리 확인을 못 시켜둔 것도 결과적으로는 내 불찰이니.. 문제는 내 손에 발견이 되었지만 불행히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우울해졌다. 암튼, 적용 실패에 대해 상무님과 관계자들에게 쪽지를 쓰고 난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날이 결혼 100일째 라는 것을 다음 날에나 알았다. 다행히도 무딘 신랑 역시 100일인지 90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둘 중 하나만 아는 것보다 둘 다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착한 신랑, 인지하지 못한 채로 휙 지나가버린 100일을 내가 무지 서운해할거라 생각한 것인지 오늘은 날 밖으로 불러내 준다. 어제도 적용 실패건에 대해 내가 서무 시무룩하게 있어서 위로라도 해주려는 걸까.. (글쎄, 이 사람 그렇게까지 세심하진 않는데..ㅋㅋ)
4지 선다형 문자가 휙 날아온 것이다.
1번 시립미술관
2번 세종문화회관미술관
3번 태양의 써커스
4번 기타
음.. 뭘 할까나.. 고민 끝에 3번을 택했다. 나는 작년에 태양의 써커스단의 퀴담 공연을 보았지만 신랑은 보지 못했고 이번엔 음악이 더 훌륭하다는 알레그리아라고 하니까..
그렇지만 나에겐 이벤트 아이템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을 것 같기 때문에. 100일이면 결혼이 지루한 시간은 아닌 것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