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우리집, 1인 1PC 모드로..
세렌디피티
2007. 11. 19. 20:43
아빠는 인터넷 없인 답답해서 못 사신다. PC를 인터넷에 연결시켜 드린 오래전 그 날 이후로 그렇게 되셨다. 제부가 만든 동생 가족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서준, 이준 사진을 보시는 낙, 백과사전 CD로 이것 저것 배우시는 낙, 인터넷 뉴스를 신문보다 먼저 챙겨보시는 낙 등등 생활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특별 요청으로 한메타자연습 소프트웨어도 설치해드렸었는데 처음엔 조금씩 연습하시는 듯 하더니 최근엔 전혀 이용을 안하신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편하게 이용하시는 듯 하다. 문서 작업이 없는 한 사실 키보드 두드릴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인터넷에 게시된 조카들 사진 다운로드 하는 법과 다운로드한 사진 인쇄하는 법을 알려드렸더니 다양한 사이즈로 사진을 인쇄하는 응용모드까지 터득하셔서 내 복합기를 아예 아빠 방에 가져다 드렸다. 아빠는 이 복합기를 복사기로도 백분 활용하시고 계신다. HP의 돈먹는 하마인 칼라 잉크가 그렇게 비싼지 모르셨던지 마구마구 사진을 뽑고 인쇄하고 하시더니 어느 새 동이 난 잉크. 미처 교체해드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뤘더니 답답해지신 아버지, 직접 전자상가에 나가 리필용 잉크 업체를 찾아오셨다. HP 정품 잉크보다 리필 잉크가 훨씬 싸다는 걸 알아채셨고 더욱 좋은 건 리필 업체는 전화만 하면 쪼로록 달려와 직접 교체까지 해주는 편리함을 맘껏 이용 중이시다.
엄마는 컴퓨터를 배워야 겠다고 습관처럼 말씀하시면서 정작 실천에 옮기진 못하고 계신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무료로 운용하는 컴퓨터 수업에 등록하려 해도 워낙 신청자가 많은지라 번번히 실패하고 또 그다지 필수로 여기지도 않으시는 터.. 가끔 www로 시작하는 인터넷 주소를 적어 오셔선 여기 들어가서 이것 좀 알아봐라, 여기 들어가서 이 영수증으로 이벤트에 응모해라 주문만 하시는 정도. 내가 귀찮아서라도 컴퓨터 교육을 시켜드려야 겠다고 작심을 했건만 정작 나도 실천에 옮겨지지 않다가, 어젯밤 구닥다리 노트북 PC를 설치해 드렸다. 모니터가 작아서 걱정이 좀 되는데 일단 인터넷으로 세상 구경하실 수 있게 해드리고 활용도가 높아지면 바꿔드리거나 해야겠다. (오늘은 피곤해서 안 배우시겠단다. 헐..)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우리집은 진정으로 1인 1PC 시대가 되었다.
부모님과 나만 사는 이 작은 집안에 PC가 세 대 씩이나 있을 필요? 전혀 없다. 어쩌다 보니 맞이한 PC 인플레에다, 댁내 네트워크 환경이 너무 좋아서, 한마디로 벽에 붙어있는 인터넷 단자에 RJ45잭이 달린 UTP케이블을 PC랑 연결하는데 10초도 안걸리는 좋은 환경 때문에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과연 엄마가 아빠처럼 PC와 인터넷을 백분 활용하실런지 지켜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