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이박사가 결혼했네

세렌디피티 2007. 7. 16. 22:10

보인도 그렇고 주변 그를 아는 사람 그리고 그와 친하던 남자 선배들 모두 이박사는 장가 못갈거라고 했다. 아니 장가가면 안된다고 했다. 여자를 위해서..

그런데 그가 결혼을 했다.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것은 알았는데 언제인지 몰랐던 나는 싱가폴 출장을 다녀와서 이박사가 결혼식을 올렸고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갔다는 말만 전해들었다. (그와 같은 부서에 일하는 그와 친한 후배는 그가 결혼한다고 말했을 때조차 믿지 않았다. 청첩장 들이 밀었을 때도 긴간민가 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주변에 청첩장을 결혼 이틀 전에 돌리는 인간이 어딨냐! )

암튼 그 성격, 누가 말리랴. 그는 멕시코로 2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 온 후(멕시코로 2주간 놀러가기 위해 결혼을 핑계로 했다는 설도 있다), 인사를 하러 우리 부서에 들렀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결혼을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마치 준비된 답변인양 답을 한다.

어느 날, 어느 날이라고 해봐야 지금으로 부터 겨우 2개월 전이지만, 암튼간에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그는 주변의 모든 미혼 여성들을 스캐닝해 보았다. 그는 불교신자라 아주 열심히 법회에 다니는데 법회에서 만난 여성들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그 중 한 여인에게 다가가 청혼을 했다. 그리고 그는 바로 후회했다. 결혼이 하기 싫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 청혼을 받은 그 여인이 다가와 승낙의 말을 했다. 그리고 바로 결혼 준비에 들어갔고 이박사는 15kg이나 살이 빠졌다. 결혼 자체, 결혼 준비하느라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 그렇다고 한다.

대략 내가 들은 말은 여기 까지. 어차피 진실은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고 이 박사의 말에 가감은 있겠지만 평소 이박사의 언행을 감안할 때 대략 저 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늦장가 갔으면 평범하게 좋은 척 하시지 왜 그렇게 감정을 숨기고 스트레스 어쩌구 하나요? 왜 후회한다고 하나요? 왜 그런 태도를 취해서 남자와 결혼에 대한 불신을 100배로 증폭시키나요? 라고 직접 물으면 뭐라 답을 할까?

남들이 다 결혼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어딘가 이상하다던 그도 결혼을 했다. 내 주변에 결혼하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도 결혼을 했다. 그러니까 정말 이상한 캐릭터의 두 사람이 결혼을 했는데 비교적 덜 이상한 캐릭터의 나는 왜 결혼을 안하고 버티고 있는 거냐!! (결국 이 글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군. -_-;; )

나도 이박사처럼 스캐닝 기법과 기습 청혼 기법을 사용할까? ㅋㅋ
아님 이박사 말이 다 사기라고 생각하고, 사실은 법회에서 열애를 한 끝에 결혼해 놓고 사람들 앞에서만 생쑈를 한거라고 소설을 쓴 후 법회에 나가 연애질을? (뭐냐.. 이건)

이런 장난스러운 글.. 맘에 안든다.

결혼이 처절한 현실이긴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신성한 영역에 두고 싶은 것도 사실이고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려고 급하게 서두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 여름, 나를 고민하게 하는 테마인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