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영화 &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세렌디피티
2007. 7. 16. 20:03
그리고 오랜만에 감성에 자극을 받게 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영화.
재패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중독성도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여운이 길게 남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을 많이 만나게 된다. 동화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이며 사이버틱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꿈꾸게 하는 몽환감을 가지면서도 평범한 주인공들 때문에 쉽게 몰입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에 발표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츠츠이 야스타카 작) 이 원작은 발표 이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구성될 만큼 인기였다고 하는데, 2006년 애니메이션으로 발표되기까지는 약 4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제목이 말해주다시피 시간을 달리는 소녀, 달리거나 구르거나 멀리 점프할 때마다 원하는 시점으로 타임 리프를 할 수 있는 소녀가 겪는 성장 소설이다. 마코토라는 이름의 여고생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타임 리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쪽지 시험 전 시간으로 돌아와 100점을 맞고, 노래방에서 1시간 마다 타임 리프를 해 10시간을 노래 부르는 등 한껏 신이 나서 이 재주를 장난인냥 소비한다. 그런 소녀에게 조언해 주고 차분함을 주는 것은 미술관에서 옛 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소녀의 이모이다. 어쨌거나 소녀는 장난처럼 타임 리프를 사용하고 어느 날 이것을 엉뚱한 곳에 써버린다.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소년과 친구로 남고 싶어 고백하는 시간을 자꾸 피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선한 의도로 타임 리프를 계속 하던 마코토 앞에 시간과 사건이 꼬여 버리게 된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선이 아주 깔끔하고 정갈하다. 배경 역시 신선하고 시원하며 착한 하늘 빛이다. 등장하는 소녀와 친구들은 선하고 순수하다. 조언을 해 주는 소녀의 이모는 신비한 듯 완벽하게 보인다.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순수하고 깨끗하게 보인다는 것이 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가진 가장 훌륭한 감성 자극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후반부 슬프지만 기다림으로 마무리하며 흘리는 눈물은 어딘가 우리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었을 법한 순수함을 가장 크게 자극한다.
이 영화를 보며 누구나 한번쯤 떠올려봤음직한 질문. 나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타임 리프의 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어느 시기로 돌아갈까? 나는 무엇을 되돌리고 싶을까?
* 아래는 일본어 및 영어 포스터이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껏 뛰어오르는 마코토의 모습이 이 영화의 모티브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포스터의 단순함과 시원함이 마음에 들어 언어 버전별로 찾아서 올려 본다.
* 일본 포스터 중 기찻길 건널목과 자전거가 그려진 포스터 역시 줄거리의 중요한 모티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