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카메라를 챙겨 미술관에

세렌디피티 2002. 6. 13. 15:34

모처럼 카메라를 챙겨 미술관을 향했다. 대전-뉴욕 미디어아트전이 열린다고 하기에 뭐 새로운 거 없나 해서다. 그 외에는 별 생각없이 갔었는데 미술관 밖 야외공연장에서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었고 엑스포 남문에서도 행사가 있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 남자의 누드 퍼포먼스는 사람들을 사로잡았지만 볼거리 외에는 새로울 것도 없었고 사진에 담기엔 나 스스로가 역부족이었다.

3천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미술관 내 미디어 아트전은 초반부터 김이 새버렸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 찍기에도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고 연습삼아 노출을 바꾸고 있었는데 한 남자애(?)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확 짜증이 났다. 어차피 잘 찍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곱게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도 있었지만.. "왜 찍으면 안되죠?" 하는 말이 툭 튀어나와버렸다.
사실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플래쉬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 감상에 방해가 되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찍는 것인데다가 어디 배포할 생각도 없다고 했는데 '무조건' 찍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봐. 뭐라고 하나 들어나 보자. 그러나 대답같은 건 듣지 못했다. 그냥 사진은 안된다. 안된다인 것이다.

글쎄.. 만약에 나보고 사진촬영이 안되는 이유를 들라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지나친 우려 때문이다. 걱정이 도가 지나친 거다. 오늘 내가 겪은 일 같은 경우, 상황에 따라 좀 너그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결론은 말은 안통했다는 거다.

각설하고.. 전시관들을 쭉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이 사람들 정말 고민많겠군 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시도해 보지 않은 것, 새로운 것,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것, 거기에 욕심을 더 보태면 메시지나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생각해 내는 일이 오죽 힘드랴 하는 것이었다. 건방진 말을 더 하자면 내가 그 전시회에서 새로운 것,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별로 발견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에 익숙한 탓일지도 모르고 한없이 눈만 높아서 일 수도 있고, 감상할 줄 몰라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냥 그랬다. 무덤덤 했다.

더불어 내 사진들도 밍숭맹숭 무덤덤 하기만 하다. 뭐랄까.. 모처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면서 잠깐 잊었던 고민들이 다시 새록해졌는데.. 사진에 더욱 열중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