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안개를 가르며 출근을 했다. 어쩐 일인지 오늘은 길도 막히지 않고 쑥쑥..
오늘 안개는 유난히 짙은데, 웃기게도 이렇게 안개가 짙은 날에 FSO(Free Space Optics)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FSO는 우리실에서 올해 새로 검토하기 시작한 아이템이다. 이것은 무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유선-fiber-쪽과 동일한 광원을 써서 통신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실에서 접근해 본 것이다. (내가 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은 가져줘야 하니까.. ㅋㅋ)
이 일과 관련하여 세미나를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가장 빈번한 질문은 비오는 날, 안개 짙은 날, 새가 광경로를 쓰윽 지나가는 경우 통신이 잘 되느냐 등 이라고 한다. 물론 얼마나 멀리,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최악의 경우는 비오는 날보다 안개가 짙은 날이다. 이유는 안개 입자 사이즈가 FSO 광원의 파장과 비슷해서 간섭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개 속을 출근하면서 오늘처럼 안개 짙은 날 그들 말대로 1km 전송은 문제없이 정말 잘 될까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과 더불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 신념, 뭐 그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또 우리 팀장 생각도 났다. 우리 팀장은 FSO에 회의적이고 우리실 담당자는 잘 되겠지 하는 쪽인데, 나는 양쪽 다 수긍을 하면서도 약간 회의적인 입장에 서 있다. 어쩌면 내가 FSO의 기술적인 부분을 너무 몰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막연하게 정말? 과연? 이 정도의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일들이 그렇다. 확신에 차서 이렇게 하면 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안되는 것이다. 답을 모르고 시작한 일이라면 답을 찾는 과정을 기뻐하면 될 뿐. 정답을 알고 시작하는 일은 시시하다. 스스로 답을 찾고 믿는 편이 가장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