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깊은 밤 끄적..

세렌디피티 2002. 3. 26. 14:49

나의 가정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은 결혼의 큰 매력이다.
결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몇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독립, 즉 내 힘으로 장식할 수 있는 내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꿈 때문이다. 나는 내 손으로 직접 가구를 고르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고르고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을 골라 쓰고 싶다. 뭔가 책임질 수 있고 집에 돌아오고 싶은 그런 기분, 소속감과 애착의 느낌을 갖고 싶다.

철없던 내 동생도 결혼 후 자신의 가정을 가진 후 달라졌다. 우리집에선 애교많고 응석 많은 딸이어도 상관없지만 자신의 가정에선 주인인 것이다.

나는 집에선 참 게으른 큰 딸이다. 부모님이 알아서 잘 챙겨주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장 큰 이유는 나는 그저 딸이기 때문이다. 가만 들여다 보면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니까 내가 경제적 측면의 가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딸이다. 주인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계량컵 하나를 살 때도 엄마에게 물어본다. 그거 사도 괜찮은지를 말이다. 물론 턱하니 내가 사들고 들어와도 눈살 찌푸릴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나는 그것이 나의 역할이 아니라는 막연한 느낌 같은 게 있다. 그래서 꼭 묻고 허락을 받고 한다. 허락 없으면 그냥 안한다. 왜.. 내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아빠는 내 방의 물건들을 당신 맘대로 하신다. 내것도 내것이 아닌 탓이다.

나이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 아님 다른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독립하고 싶은 이유를 가장잘 설명해 주는 것이 대강 이런 까닭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젓가락 하나에도 애착을 가지고 싶어서라고 말하면 남들은 웃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