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엉성한 인간들..

세렌디피티 2002. 4. 27. 14:32
우리실에 나보다 나이는 많고 입사는 늦은 아저씨가 하나 있다.
언뜻 보기에도 나이가 많아 보이기 땜에 나는 입사가 나보다 빠른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선배들 부르듯 그냥 무슨 선배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호칭이 입에 붙을 무렵 나보다 입사가 늦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진장 열받은 사건이었다. 그동안 선배인척 행사한 거 아니냔 말이다. 누구누구씨 라고 고쳐 부르고 싶지만 입에 붙은 호칭을 갑자기 바꾸기도 그렇고.. 그냥 내가 무려 다섯살이나 어리니까 하는 마음으로 참고 있다.

그런데 그놈의 나이탓인지 어쩐 건지 너무나 뻔뻔하다. 너무 뻔뻔하게 내 시험지 답안을 달라고 한다. 뭐 주는 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말이다. 너무 바빠서 시험 치룰 시간이 없다거나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면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체육대회라 오후에 시간도 남아돌고, 조금만 노력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너무 뻔뻔하게 답지를 통채로 달라고 한다. 무진장 약이 올랐다.

게다가 이 약오름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하나 더 있었으니 듣도 보고 못한 어떤 아저씨가 어디 근무하는 사람이라며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해서는 문제 다 푸셨으면 답을 Fax로 보내달라는 거 아닌가. 젠장.
뭐 이런 뻔돌이들이 다 있냔 말이다. 이게 처음 겪는 일이면 덜 열받았을지도 모른다. 작년 사이버 교육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또 반복된다. 이런 인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짜증이 절로 난다.

작년에는 논문을 하나 내는데 함께 일했던 S대 모교수가 논문저자에 모연구소에 다니는 자기 선배랑 그 선배의 직장동료 이름을 넣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뻔뻔한 아저씨 둘은 우리 과제랑은 전혀 무관하며 나는 그들을 알지도 못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선배의 동료가 논문편수가 모자라서 고과가 나쁘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부탁을 받았다나.. 물론 안넣었다. 왜냐 약오르고 열받아서.

누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는데 누구는 결과의 이득만 취하나?
그 뻔뻔한 아저씨들이 내 답을 가져다 배껴쓰던 말던, 논문저자에 이름이 들어가던 말던 내가 피해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약오르고 열받는다.

이 엉성한 인간들아.. 공짜로 얻을 생각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