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머리스타일 바꿈.

세렌디피티 2002. 5. 26. 14:11

내 방이 내 방이 아닌 것처럼 내 머리도 내 머리가 아닌가 보다.
사실 조금 지저분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랫머리가 층이 많이 졌고 약간 뻐치기도 하는데다가 단발인지 커트인지 애매모호한 길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머리를 커트해야 겠다고 말했는데,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너는 무슨 머리를 그렇게 깎냐.. 왜 맨날 그 잘 깍지도 못하는 미용사한테 가냐.. 너 바보냐.. 대체 어울리지가 않는다.. 내가 널 데려가서 이렇게 저렇게 깍으라고 시켜야 겠다..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처럼 이쁘게 깍아야 젤 잘 어울린다.. 듣고 있으면 도통 끝날 것 같지 않다. 정말 지겨워서 집을 뛰쳐 나가고 싶다.
어쨌거나, 나도 내 머리 스타일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어서 바꿔야 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이번엔 잘 해봐라 정도의 간단한 한마디이면 될 것을..
내가 느끼는 건 엄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아채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를 할 생각이 아예 없거나 훈련이 안되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두 문제 모두는 내가 너무 표현을 아끼는데 기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생각을 바꿀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왜냐.. 나이드신 분들의 생각을 바꾸는 건 참 힘들다. 바뀌어 지는 듯 하지만 절대 안바뀐다. 결국 신경쓰는 나만 피곤하니까 그냥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맞추면서 사는게 이득인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부모님의 걱정은 끝이 없다. 아마도 내가 처한 상황과 완전히 무관하게 걱정 또 걱정이실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관심만큼 자식이 부모님에게 관심을 가지긴 힘든 법.
그러나 부모님이 내게 바라는 것이 있는 만큼 나도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한템포 늦춘 반응으로 상황을 살펴 주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애가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말이다. 무조건 안된다는 반사적 반응을 보이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