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정전사태와 오늘의 승리

세렌디피티 2002. 6. 4. 23:00

오호. 오늘 저녁 수업 금요일로 연기.
교수님이 열혈 축구팬이셨던 모양..
내 동생은 남문광장 가서 축구 경기 보자는데 빨간색 옷이 없는 걸..

전반전. 선수들이 정신적 부담감 때문인지 초반에 수세에 몰린 듯 공격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때.. 마음 졸이며 뚫어져라 TV 중계를 보고 있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전기가 나가 버렸다.
엇.. 정전인가? 하는 사이에 온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외침 소리들.. 우리 아파트와 옆 아파트가 순식간에 암흑에 묻히고, 이런 결정적인 순간의 정전 사태에 화가 난 사람들이 모두 창문을 열고 관리사무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복도의 비상등과 엘리베이터는 비상동력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지만 TV를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차에 시동을 건다. 축구를 보기 위한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우왕좌왕 하는 사이 전지로 플레이되는 구식 라디오를 찾아 주파수를 맞췄다. 그러고 나자 순식간에 한 골. 1:0. 사람들의 환호성. 결정적인 장면을 라디오로만 들어야 하는 비애.. -_-;; 이런 순간의 정전이란 대체...

첫 승리라는 레코드에, 그리고 그 순간을 정전으로 놓친 안타까움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이 될 게임.
내기에 져도 기분 좋은 게임. 축구가 이미 축구가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