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음악 & 예술
유월의 레퀴엠
세렌디피티
2002. 6. 23. 13:45
베르디의 <진혼곡>은 오페라 작곡가 답게 종교적인 엄숙함 보다는 종교음악의 형식을 빌려 그가 오페라에서 묘사했던 것과 같은 다양한 인간들의 심성을 담아낸 작품이며 특히 죽음에 관한 인간적인 접근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 비평가들로부터 교회의상을 거친 오페라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갖는 독특한 위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EMI No.1 for Chorus 해설 중에서 발췌
레퀴엠 2부의 첫번째 합창곡 진노의 날(Dies Irae)는 우리들 귀에 아주 익숙한 곡이다. 모회사 우유선전에도 나왔었고, 그게 아니라도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는 장엄한 북소리와 합창이 인상적이기 때문에..
위에 옮긴 간략한 설명대로 속삭이고 흐느끼고 소리치는 곡들이 인간의 심성을 담으려 애를 쓴 듯. 또한 거장의 작품답게 곡 자체가 웅장하고 아름답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 사람의 음성만큼 감정을 잘 전달해 주는 악기는 없는 것 같다.
지난 금요일 대전시향의 마스터스시리즈로 공연된 베르디의 레퀴엠은 함신익의 지휘로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열렸다. 나로썬 정심화 홀에서의 감상이 이번이 처음이었고 대전의 다른 공연장보다도 넓은 무대가 좋아보였다. 합창도 좋았고 연주도 좋았고 특히나 소프라노의 차가운 고음이 훌륭했던 것 같다.
유월의 화창함과 장례 미사를 위한 성악곡인 레퀴엠은 부조화스러워 보이지만..
사람은 어느 때고 나고 죽는 법. 죽은 자의 넋을 위한 위로와 산 자에 대한 위로는 끊이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