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독서 & 인용

조건있는 사랑

세렌디피티 2002. 1. 28. 00:37
나는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것은 이기심으로부터의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곧 그것이 기분을 좋게 해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다.
 - 막스 슈티르너(1806~1856) <유일자와 그 소유>
자기의 사랑에 이기심이 전혀 배어 있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지위나 재산이라는 물질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마음, 자기에 대한 사랑 그런 것들이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런 해석이 아닐까.
결국 사람은 기쁨을 느낄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사랑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말에는 찬반 양론이 있을지도 모른다.
로맹 롤랑은 희생에 대해서 '자기 희생이 뒤따르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톨스토이의 생애>)' 라며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결국은 자기에게도 오히려 행복으로 느껴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걸 두고 희생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 박동규

내 생각은 이러하다.
나는 사랑에 자기 희생이 따르고 안따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희생으로 생각하느냐 당연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또다시 개인차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작아서 사랑이 스트레스가 되고 괴로움이 된다면, 앞길 조차도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면, 그 사람은 그 사랑을 멈춰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서 정화하고 감당할 수 없는 괴로움과 스트레스라면 밖으로 돌출되기 마련이고 결국 상대방까지 괴롭히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지 말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상대를 찾으라.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고 싶은 사랑이라면 자신의 희생을 상대에게 티내지 말라. 결국 서로에게 짐만 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