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개미
세렌디피티
2002. 9. 30. 00:00
우리집엔 개미가 산다.
물론 환영받지 못하는 곤충들이다.
발견되는 즉시 사망의 나락으로 가게 될 운명을 타고난 집개미들.
세상은 넓은데 하필이면 내 책상 위를 종종걸음칠건 뭐냔 말이다.
저 쪼그만 개미를 보면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대강 집어서 휴지통에 넣어버리는데 넣으면서 되내는 말은 둘 중 하나다. 휴지통에서 살아 남아 밖으로 나오면 내 눈에 띠지 않게 잘 살고, 혹 죽어버리면 다음번엔 이런 생으로 나지 말아라.. 어쩌다 컨디션이 좋으면 개미에게 꼭 극락왕생 하거라 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대책없이 책상위를 활보하다가 사람 눈에 띠게 되는 것도 다 개미의 타고난 운명이라고 해야할까나.. 어차피 개미로 태어날거면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날 일이지..
사실 나는.. 불교 혹은 힌두교에서 말하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더 이상의 태어남을 멈춘다, 즉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는 것임을 알았을 때 너무나 기뻤었다. 그것만큼 행복에 이르는 확실한 길이 없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죽고 난 뒤 무언가로 또 태어난다면? 아.. 더이상 생각하지 않으련다.
이런 생각들 속에선 개미나 사람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가, 같은 사람 사이에도 층층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