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경제 & 머니

종신보험 가입하다.

세렌디피티 2001. 12. 12. 00:00
과제를 함께 수행했던 대우통신의 연구원 한분을 알고 있다(이하 유 아저씨). 2년여 과제를 함께 하면서 만날 기회도 많았고 친했는데 대우그룹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대우통신이 머큐리란 회사에 매각되었고, 머큐리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머큐리는 광부품 사업을 포기했는데 이 때문에 함께 일했던 많은 연구원들이 모두 퇴사를 하게 되었고 각자 다른 기업이나 벤처 등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유 아저씨는 MetLife 라는 미국계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유 아저씨가 연구소에 왔다. 우리실 사람들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이것저것 바꾸어 가며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함께 설계를 해보았는데 결국 특이사항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입하는 대로 완성이 되고 말았다.
내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사망시 상속자에게 얼마를 남길 것이냐 하는 부분과, 차등지급이 되도록 설계를 할까 말까 하는 부분이었다. 차등지급은 일정나이 이전에 사망하면 일정액을 추가 지급하는 대신, 그보다 더 오래 살면 보험금만 날리는 뭐 그런거다. 사망시 기본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80세 이전에 사망하면 1억원을 추가지급하는 옵션을 택했더니, 사망시 기본 2억원을 지급하는 것보다 월보험료가 3만원 가량 저렴했다. 다만 80세를 넘길 경우 해당사항이 없고 보험금만 몇백만원 더 내는 셈이 된다.
과연 내가 몇 살 까지 살 것인가? 물론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죽은 뒤 더 많이 남겨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또한 보험료는 될 수 있는 한 적게 내고 싶다. 당연한 고민들이 이어졌다.
결국 보편적인 통계 곡선을 따르기로 했다. 평균수명은 더 길어질 것이고, 또 그때가 되면 내 부모님은 이미 세상에 안계실 것이고, 만약 결혼해서 자식이 있다고 해도 50년 뒤의 일이니 자식들도 나이를 먹었을 것이고 자신들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담 10년에서 20년 이내 사망이 문제인데 우선은 1억원을 기본지급으로 해두고 당장 부담되는 월보험료를 줄이고 기회를 봐서 추가적으로 옵션을 갖추어 나가는게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하다. 내가 갑자기 죽어버리고 난 뒤를 생각하니 우습게도 많은 고민들이..
돈 많은 사람들은 편법으로 보험을 들어 상속을 하기도 한다는데 그렇게도 못하고, 1억원이라는 돈이 충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늘이자니 월 보험료도 부담이 되고..
에고.. 결국 나 죽은 뒤 걱정을 한다는 게 참 허무한 일이다.
그렇지만 걱정을 안할 수도 없는 것이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