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여가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

세렌디피티 2006. 10. 16. 23:22
꼽아보니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집 근처 아무 곳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고,
좀 멀어도 기꺼우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을 거다.
터벅거리며 골프 연습장까지 걸어가선 1시간 동안 공을 치다 나올 수도 있고,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차 속에 카메라 챙겨 넣고 운전하며 돌아다니다 맘에 드는 곳에 차 세우고 실컷 셔터라도 누르다 올 수 있을 거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MP3 목에 걸고 음악 들으며 길 따라 한없이 걷다 올 수도 있을 거고, 그것 마저도 귀찮으면 침대 위에 편히 누워 새로 산 음반들을 하염없이 감상해 볼 수도 있을 거다. 음악을 듣다가 음악 이론 책도 읽어 보고 그러다 피아노도 쳐보고 첼로를 꺼내 제법 소리나는 곡을 열심히 연주해 볼 수도 있을 거다.
가까운 공립 도서관에 가서 돈주고 사기엔 뭣하지만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을 읽다 올 수도 있을 거고, 뭔가 읽고 타고 듣는 게 모두 귀찮다면 식재료를 잔뜩 사다가 실험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벤트도 해볼 수 있을 거다.

꼽아보니 이다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사실 너무 많아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여질 지경이다. 그러나 난 이 많은 것들 가운데서 뭘 하겠다는 욕구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저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게 생각되고 집에서도 뭔가를 한다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충동적으로 필 받아서 뭔가 하겠다면 모를까.. 그래서 지난 주말에 한 일이라곤 피곤함을 핑계로 토요일에 1~2시간 낮잠을 잔 것과 일요일에 연주할 수 있는 첼로 연습곡을 한번씩 다 해봤다는 거. 그리고 나에게 없는 음감(사실 박자감각도 별로 없지만)을 한없이 갈망했다는 거. 이것이 내가 한 가장 왕성한 행동이다. (낮잠이 왕성한 축에 속하다니.. -_-;;)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맘 내킬 때 하고 하고 싶을 때 하면 이도 저도 아무것도 못할 것이 확실하기에, 운동도 놀이도 할 수 있을 때 '일'처럼 만들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규칙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규칙적으로 하겠다는 저 모든 운동과 놀이가 재미있을지는 모르겠다. 혼자 놀면 편하기는 한데 말이다.